배합과 농축을 한 번의 배치 작업으로 끝낼 것인지, 한 가지 액을 정해진 탈수량으로 계속 농축할 것인지가 두 설비를 가르는 기준이다.
SHIFT Automation·4분 읽기
같은 농축인데 작업 풍경이 달라진다
농축 설비 견적을 보면 한쪽은 교반 날개가 달린 둥근 탱크가 중심이고, 다른 한쪽은 가열기와 증발기, 기액분리기, 응축회수장치가 배관으로 연결돼 있다. 외형 차이만 보고 큰 설비와 작은 설비로 나누면 나중에 작업 방식이 맞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중요한 것은 장비의 덩치보다 액이 설비 안에서 어떤 순서로 처리되는가다.
혼합농축탱크에서는 원료를 넣고 섞고 졸이고 빼내는 일이 한 탱크 안에서 이어진다. 교반 날개가 액을 저어 주므로 여러 원료를 배합하면서 농도를 맞추는 작업에 자연스럽다. 탱크 밖에는 수증기를 물로 받아내는 응축기와 그 물을 모으는 통이 붙지만, 작업자가 보는 중심은 결국 한 번의 배치를 끝내는 탱크다.
반면 농축기는 졸이는 일에 집중한 구성이다. 액은 가열기에서 데워져 증발기로 올라가고, 물을 날린 뒤 다시 가열기로 내려오는 흐름을 반복한다. 기액분리기는 수증기에 딸려 올라간 액 방울을 걸러 되돌리고, 날아간 수증기는 응축회수장치에서 물로 받아낸다. 여러 장치로 나뉜 이유는 액을 계속 순환시키며 농축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배합이 공정의 일부인지부터 봐야 한다
엑기스나 시럽을 만들면서 여러 원료를 섞고, 졸이는 도중에도 원료를 더 넣거나 배합을 조금씩 바꿔 맛과 고형분을 맞춰야 한다면 혼합농축탱크 쪽에서 출발하는 편이 맞다. 배합 탱크에서 만든 액을 별도 농축 설비로 옮겨 담지 않아도 되므로, 한 번 분량의 작업 흐름이 단순해진다.
이때 구매자가 봐야 할 것은 탱크가 농축을 할 수 있는가만이 아니다. 실제 생산에서 배합과 농도 조정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다. 품목이 자주 바뀌고 한 번에 만드는 양이 크지 않다면, 한 탱크를 비운 뒤 다음 품목으로 넘어가는 방식이 공장 운영과 잘 맞을 수 있다. 반대로 배합은 처음 한 번뿐이고 이후에는 같은 액을 계속 졸이는 작업이라면, 교반과 배합 기능에 비용을 두기보다 연속 농축 능력을 먼저 비교해야 한다.
견적서에서는 본체 가격만 보면 이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혼합농축탱크는 탱크 용량이 곧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분량과 연결된다. 하루 처리량이 늘면 같은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할 수 있다. 설치·시운전 범위에 배관 연결과 진공, 스팀, 배수가 어디까지 포함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탱크 한 대를 사는 일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그 탱크가 하루에 몇 번 비고 다시 채워지는지를 사는 일이기 때문이다.
탈수량은 투입량과 같은 말이 아니다
추출한 액을 많이, 쉬지 않고 졸여야 하는 공장이라면 농축기가 더 자연스러운 선택이 된다. 식물이나 한약재를 달인 추출액처럼 한 가지 액을 꾸준히 농축하는 작업은 액이 순환하는 구조와 잘 맞는다. 이 설비는 보통 한 시간에 날릴 수 있는 물의 양, 즉 탈수량으로 크기를 구분한다. 1,000kg/h나 1,500kg/h라는 표기는 넣는 액의 양이 아니라 증발시켜 제거하는 물의 양이다.
이 차이를 놓치면 생산량 계산이 어긋난다. 원액의 농도와 목표 농도에 따라 같은 양을 투입해도 날려야 할 물의 양은 달라진다. 따라서 견적의 탈수량 숫자를 그대로 하루 생산량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현재 원액에서 최종 농축액까지 실제로 제거해야 하는 물의 양과 연결해 봐야 한다. 설비 사양서의 숫자와 공장의 생산계획이 만나는 지점은 여기다.
농축기는 여러 장치가 연결된 만큼 본체 외 항목도 구별해 볼 필요가 있다. 가열과 진공, 응축수 회수에 필요한 부대 구성은 어디까지 포함됐는지, 현장 설치와 시운전 때 무엇을 연결해야 하는지에 따라 견적의 의미가 달라진다. 예비품과 보증 범위도 마찬가지다. 본체에는 포함돼 있어도 세정에 필요한 구성이나 자동 세척 배관을 이을 자리는 별도 조건으로 남는 경우가 있다.
나중에 품목이 바뀌는 공장이라면
설비를 고를 때 현재 가장 많이 만드는 품목 하나만 기준으로 삼기 쉽다. 그러나 앞으로 배합 제품이 늘어날지, 같은 추출액을 대량으로 계속 처리할지가 판단을 바꾼다. 혼합농축탱크는 섞는 일과 졸이는 일을 한곳에서 끝내는 데 강점이 있고, 농축기는 정해진 액을 계속 다루는 데 기준이 선명하다. 어느 쪽이 더 높은 사양이라는 문제는 아니다.
품목 전환이 잦다면 씻는 시간도 생산계획에 들어온다. 탱크나 배관 안에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액이 닿는 부분의 재질과 안쪽 마감, 세정볼, 맨홀, 자동 세척 배관 연결 자리를 확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척 관련 항목이 본체가에 들어 있는지, 설치 때 추가되는지, 시운전 범위에서 확인되는지도 견적서의 항목별로 나눠 봐야 한다.
결국 먼저 답할 질문은 간단하다. 우리 공장은 액을 섞으면서 한 배치씩 완성하는가, 아니면 한 가지 액을 계속 흘려 보내며 물을 날리는가다. 그 답이 정리되면 탱크 용량을 중심으로 볼지, 시간당 탈수량을 중심으로 볼지도 함께 정리된다. 장비 이름보다 공장 안에서 액이 실제로 움직이는 길을 먼저 그려 보는 편이 판단을 덜 흔들리게 한다.☼KEY INSIGHT배합과 농축을 한 번의 배치 작업으로 끝낼 것인지, 한 가지 액을 정해진...눌러서 전체 보기접기
배합과 농축을 한 번의 배치 작업으로 끝낼 것인지, 한 가지 액을 정해진 탈수량으로 계속 농축할 것인지가 두 설비를 가르는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