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서 세 장을 나란히 놓고 최저가를 골랐는데, 발주 직전에야 한 장에는 설치가 없고 다른 한 장에는 예비품이 빠져 있다는 걸 알게 된 적이 있다. 처음에는 같은 설비 견적이라고 봤다. 그런데 통화가 다르고, 인도 조건이 다르고, ‘포함’이라는 말의 범위도 달랐다. 싼 견적이 아니라 적게 담긴 견적이었다.
중국 설비 견적은 공급자가 일부러 빼먹어서만 복잡해지는 게 아니다. 판매 범위와 운송 범위를 나눠 제시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라, 금액만 엑셀에 옮기면 비교표가 먼저 틀어진다. 아래 항목을 같은 줄에 맞춰 놓고 나서야 어느 견적이 실제로 싼지 보였다.
설비 자체가 어디까지인지
- 모델명, 처리량, 전원 사양이 견적서와 기술 사양서에서 같은지 확인한다.
- 본체 외에 금형·치구·호퍼·냉각기·집진 장치가 포함됐는지 확인한다.
- 제어반, 케이블, 센서, 안전장치의 포함 여부를 줄 단위로 확인한다.
‘설비 1식’이라는 표현이 제일 위험했다. 한쪽은 바로 돌릴 수 있는 구성이고, 다른 쪽은 본체만 있었다. 사진에는 다 붙어 있어도 견적서에 없는 주변 장치는 나중에 별도 항목이 됐다. 사양서의 모델명과 견적서 모델명이 한 글자라도 다르면, 그 차이부터 물어봤다.

가격에 붙은 운송 조건을 맞추기
- 견적 금액의 통화와 환율 기준일 또는 환율 적용 방식을 확인한다.
- 인코텀즈와 지정 장소가 함께 적혀 있는지 확인한다.
- 포장비, 내륙운송비, 수출 통관비, 해상·항공 운임의 포함 범위를 확인한다.
여기서 비교표가 가장 많이 뒤집혔다. FOB라고만 적혀 있고 어느 항구 기준인지 없는 견적도 있었고, 운임을 포함했다고 해 놓고 현지 발생비는 별도인 경우도 있었다. 같은 통화로 환산한 뒤에도 조건이 다르면 합계가 아니다. 설비가 출발하는 지점부터 우리 공장 바닥까지, 누가 어느 비용을 내는지 이어서 봐야 했다.
설치와 시운전의 끝선을 확인하기
- 설치 인력의 파견 여부와 체류 일수, 인건비 부담 주체를 확인한다.
- 시운전 완료의 기준이 생산량·불량률·시험 소재 중 무엇인지 확인한다.
- 현지에서 준비할 전기·에어·배기·기초 공사 조건이 문서에 있는지 확인한다.
설비가 도착한 날보다 설치 인력이 떠난 뒤가 더 중요했다. 전기 규격 하나가 맞지 않아 현장에서 멈추면, 멀리 있는 공급자와 사진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쓴다. ‘시운전 지원’이라는 문구만 믿지 않고, 누가 무엇을 준비하고 어느 상태를 완료로 보는지 받아 두었더니 현장 대화가 짧아졌다.
나중에 돈과 시간을 만드는 조항
- 납기 시작일이 계약금 수령일·도면 승인일·원자재 확보일 중 무엇인지 확인한다.
- 지급 조건과 잔금 지급 시점이 검사·선적·도착 중 어디에 묶이는지 확인한다.
- 보증 기간의 시작일과 소모품·전장품·원격 지원의 제외 항목을 확인한다.
납기는 ‘몇 일’보다 시작점이 중요했다. 도면 승인이 늦어졌는데 납기가 밀린 이유를 두고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장면을 봤다. 보증도 마찬가지였다. 선적일부터 시작되는지, 설치 완료일부터 시작되는지에 따라 실제로 쓸 수 있는 기간이 달라졌다.
견적 단계에서 빠진 한 줄은 계약 뒤에 넣기 어렵다. 특히 포함 범위, 완료 기준, 비용 부담은 발주서를 보내는 순간부터 말의 무게가 달라진다. 견적 금액을 비교하기 전에 이 항목을 같은 형식으로 다시 받아보면, 싸 보이던 이유가 대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