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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를 끼었더니 책임이 사라진 경우

처음에는 에이전트가 있다는 게 든든했다. 현지 언어로 공장과 이야기해 주고, 견적도 받아 주고, 일정도 재촉해 줬다. 직거래였다면 며칠씩 붙들고 있었을 질문이 메신저 한 번으로 정리됐다. 그 편함 때문에 계약 관계를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문제는 설비가 들어온 뒤 생겼다. 현장에서 사양과 다른 부분이 보였고, 운전에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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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를 끼었더니 책임이 사라진 경우

처음에는 에이전트가 있다는 게 든든했다. 현지 언어로 공장과 이야기해 주고, 견적도 받아 주고, 일정도 재촉해 줬다. 직거래였다면 며칠씩 붙들고 있었을 질문이 메신저 한 번으로 정리됐다. 그 편함 때문에 계약 관계를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문제는 설비가 들어온 뒤 생겼다. 현장에서 사양과 다른 부분이 보였고, 운전에 필요한 부품도 빠져 있었다. 에이전트에게 말했더니 자기들은 구매를 연결하고 전달한 쪽이라고 했다. 제조사에 직접 물으니 계약과 대금 이야기는 에이전트와 하라고 답했다. 둘 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우리 입장에서는 고칠 사람도, 비용을 부담할 사람도 사라졌다.

그때 깨달은 건 에이전트를 끼웠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누가 무엇을 약속했고, 그 약속이 깨졌을 때 누가 끝까지 처리하는지가 계약 안에 없었다. 평소에는 세 사람이 연결돼 있어 보였는데, 하자가 생기자 각자 자기 역할의 바깥으로 한 걸음씩 물러났다.

편했던 연락 창구와 계약 당사자는 달랐다

에이전트는 가장 자주 연락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모든 일을 책임지는 것처럼 느꼈다. 하지만 견적서의 발행 주체, 주문서의 수신 주체, 송금 계좌의 명의, 계약서의 서명란을 나란히 놓고 보니 역할이 서로 달랐다. 연락은 에이전트와 했지만, 제조와 납품 약속은 다른 곳에 걸려 있었다.

이 차이는 설비가 정상적으로 들어올 때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일정이 조금 밀리면 에이전트가 재촉하고, 공장이 답을 보내고, 구매 담당은 진행되고 있다고 받아들인다. 그런데 누락 부품 하나의 항공 운임, 현장 재방문 비용, 재가공 비용이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달을 맡은 사람과 비용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같지 않으면, 답변은 와도 결정은 멈춘다.

에이전트를 끼었더니 책임이 사라진 경우

문제가 생긴 뒤에는 말보다 문서의 화살표가 남았다

우리가 놓친 것은 하자라는 단어가 아니었다. 하자를 발견한 뒤의 순서였다. 누가 접수하고, 누가 제조사에 지시하며, 누가 교체품 운송비를 내고, 현장 대응이 길어질 때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지 묻지 않았다. 보증이 있다는 문구만 보고 안심했는데, 그 보증을 청구할 상대가 누구인지가 적혀 있지 않으면 문구는 생각보다 가벼웠다.

제조사는 에이전트가 요청을 정리해 주면 처리하겠다는 태도였고, 에이전트는 제조사의 최종 승인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그 사이에 설비는 멈춰 있었고, 현장에서는 임시로 돌릴 방법을 찾느라 시간이 더 들었다. 처음부터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책임을 피한 일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각자가 자기 계약 범위만 보고 움직인 결과였다. 그런데 구매한 쪽에는 그 경계가 설명되지 않았다.

반대로 역할이 선명했던 거래는 달랐다. 에이전트가 통역과 일정 조율을 맡더라도, 납품 사양과 하자 처리의 최종 창구가 어디인지 계약에 남아 있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도 여러 사람에게 같은 설명을 반복하지 않았다. 한쪽이 접수하고 다른 쪽과 조율하는 구조가 보였고, 구매자는 처리 기한을 물을 수 있었다. 에이전트가 있어서 편했던 것이 아니라, 책임의 끝이 정해져 있어서 편했다.

직거래와 에이전트 거래를 고를 때 먼저 본 것

직거래가 늘 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현지 공장과의 소통, 검수 일정, 물류 조율을 대신해 주는 사람은 분명 도움이 된다. 특히 처음 다루는 설비라면 현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창구 하나가 생기는 것만으로도 시행착오가 줄었다.

다만 에이전트 제안을 받으면 수수료보다 먼저 계약의 화살표를 봤다. 돈은 누구에게 가는지, 사양 변경은 누가 승인하는지, 인수 기준은 누가 판단하는지, 하자 통지는 누구에게 보내는지부터 확인했다. 그 질문에 한 문장으로 답이 나오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 뒤에도 한 문장으로 끝나지 않았다.

설비가 출고되기 전에는 관계가 좋아 보인다. 설치가 끝난 뒤 부족한 부품 하나를 두고 누가 움직이는지에서 거래 구조가 드러난다. 에이전트를 넣을지 말지는 그다음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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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에이전트가 있다는 게 든든했다. 현지 언어로 공장과 이야기해 주고, 견적도 받아 주고, 일정도 재촉해 줬다. 직거래였다면 며칠씩 붙들고 있었을 질문이 메신저 한 번으로 정리됐다. 그 편함 때문에 계약 관계를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문제는 설비가 들어온 뒤 생겼다. 현장에서 사양과 다른 부분이 보였고, 운전에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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