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분명 싸게 샀다고 생각했다. 국내 견적과 중국 쪽 견적을 나란히 놓으면 장비 가격 차이가 컸다. 사양도 크게 밀리지 않았고, 그 가격이면 남는 예산으로 주변 설비까지 손볼 수 있겠다고 봤다. 결재도 그 숫자를 중심으로 올렸다.
문제는 장비가 출항한 뒤부터였다. 운송비가 붙고, 통관 단계에서 세금과 수수료가 나갔다. 항구에서 공장까지 들여오는 비용도 따로였고, 무게가 있는 장비는 하역 장비와 반입 동선 때문에 예상보다 손이 많이 갔다. 견적서에서 장비 값이 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그 견적서 한 장으로 끝나지 않았다.
견적서의 장비 가격은 시작점이었다
가장 아쉬웠던 건 장비가와 총소요비용을 같은 표에서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비 가격에는 보통 장비 자체와 기본 구성만 들어 있었다. 반입 이후에 필요한 전기 공사, 공압 배관, 배기나 냉각 연결은 현장 조건에 따라 따로 잡혔다. 기존 설비 자리에 그대로 놓는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전원 용량이 맞지 않아 공사를 다시 봐야 했던 적도 있다.
국내에서 사면 공급사가 현장을 보고 먼저 말해 주는 비용이 있다. 해외 구매에서는 그 경계가 훨씬 흐렸다. 공급사는 장비를 보내는 데까지를 자기 범위로 봤고, 우리는 공장 안에서 돌게 만드는 데까지가 포함된 줄 알았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 사이 비용이 예산에서 빠져 있었다.
견적 비교 때 장비가만 보면 중국 쪽이 압도적으로 저렴해 보인다. 운송, 보험, 통관, 하역, 국내 운송, 반입을 붙여도 아직 경쟁력이 남는 경우는 많다. 실제로 그렇게 들여와 만족스럽게 돌린 설비도 있었다. 다만 설치 조건과 초기 대응 비용까지 붙으면 비교 결과가 달라지는 장비도 있었다. 싸게 산 게 아니라, 아직 돈을 다 내지 않은 상태였던 셈이다.

설치 인력이 들어오는 순간 예산의 빈칸이 보였다
설치 인력이 현장에 오면 비용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항공료와 체류비만 생각하면 안 됐다. 작업이 하루 밀리면 숙박일이 늘고, 통역 일정도 다시 잡는다. 현장에 필요한 공구나 자재가 빠져 있으면 그 자리에서 구하기 어렵고, 서로 사진과 영상으로 확인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전화 한 통이면 끝날 일도 시차를 건너면 다음날로 넘어갔다.
더 큰 문제는 설치가 끝났다는 말과 생산이 안정됐다는 말이 전혀 다르다는 데 있었다. 시운전 때는 돌아가던 장비가 실제 생산 조건에서는 설정값을 다시 잡아야 했다. 소재가 달라지고, 작업자가 바뀌고, 주변 설비와 연결되면서 처음 없던 문제가 나왔다. 그때 현장 인력이 이미 돌아간 뒤면 원격 대응으로 버텨야 한다. 화면을 보며 설명하는 쪽과 설비 앞에 선 쪽의 이해가 엇갈리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이 단계에서 예비 부품 비용도 뒤늦게 보인다. 처음부터 많이 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멈추면 생산 전체가 서는 부품이 무엇인지, 국내에서 바로 구할 수 없는 부품이 무엇인지는 장비 주문 전에 정리했어야 했다. 소모품 하나가 없어 설비를 세워 둔 경험을 하고 나면, 초기 예비품은 부품값이 아니라 정지 시간을 사전에 줄이는 비용으로 보게 된다.
결재용 숫자와 집행용 숫자를 분리하지 말았어야 했다
결재를 받을 때는 비교가 단순해야 설득하기 쉽다. 그래서 장비가, 운송비 정도만 더해 국내 견적과 맞붙이는 방식으로 정리하게 된다. 그런데 집행은 단순하지 않았다. 세금이 나가는 시점, 운송 대금이 나가는 시점, 공사비와 체류비가 나가는 시점이 서로 달랐다. 장비 도입이 승인된 뒤에 별도 비용 결재가 이어지면, 처음 예산이 왜 모자라졌는지 설명하는 데도 시간이 든다.
그 뒤로는 장비 한 대를 볼 때 숫자를 한 덩어리로 묶어 봤다. 공급사에 내는 돈만이 아니라, 공장 문 앞까지 가져오는 비용과 공장 안에서 작동시키는 비용, 초기 몇 달 동안 멈추지 않게 만드는 비용까지 같이 놓았다. 이 방식으로 보면 처음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기도 하고, 반대로 모든 비용을 넣고도 해외 설비 쪽이 훨씬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기도 했다. 그때의 선택은 훨씬 편했다. 나중에 붙을 돈을 숨긴 채 싸다고 말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해외 설비는 장비가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문제가 되는 물건이 아니다. 다만 견적서 밖의 비용을 빼고 비교한 순간, 이미 잘못된 비교가 시작된다. 발주 버튼을 누른 뒤에는 운송도, 공사도, 현장 대응도 되돌리기 어렵다. 그 전에 총액을 한 번 끝까지 계산해 본 쪽이 결국 덜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