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검토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다. 설비 시연 때는 제품이 매끄럽게 투입되고, 위치 인식도 잘 되며, 불량 없이 다음 공정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실제 양산을 시작하면 설비가 간헐적으로 멈춘다. 제품을 집지 못하거나, 지그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비전 검사가 기준점을 찾지 못하는 식이다. 설비 자체의 고장이라기보다 투입된 제품 상태가 설비가 예상한 조건과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 경우가 적지 않다.
기존에 사람이 하던 공정은 이런 차이를 대개 작업자가 흡수한다. 약간 휜 부품은 손으로 눌러 방향을 맞추고, 표면에 묻은 이물은 눈으로 확인해 닦아낸다. 앞 공정에서 위치가 조금 벗어나도 작업자는 집는 각도를 바꾸거나 한 번 더 정렬한다. 사람에게는 수 초짜리 보정 동작일 수 있지만, 자동화 설비에는 예외 처리로 남는다. 설비는 정해진 위치, 형상, 방향, 표면 조건 안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되기 때문이다.
도면 공차와 현장 편차는 다를 수 있다
구매 검토 단계에서 도면의 치수 공차만 보고 설비의 허용 범위와 비교하면 판단이 쉬워 보인다. 하지만 실제 현장 편차는 치수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절단이나 성형 뒤에 생기는 미세한 휨, 적재 과정에서 달라지는 방향, 이송 중 발생한 스크래치나 오염, 앞 공정 지그의 마모로 인한 기준 위치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 같은 품번이라도 생산 시점, 작업자, 금형 상태, 자재 로트에 따라 설비 입장에서 다른 제품처럼 보일 수 있다.
특히 기존 공정에서 사람이 문제없이 처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화 투입 조건이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람이 처리한 결과만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이 중간에 얼마나 자주 제품을 돌려 놓았는지, 눌러 펴었는지, 불량처럼 보이는 제품을 골라냈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자동화 대상 공정을 관찰할 때는 작업시간 평균보다 이런 보정 행동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봐야 한다. 작업자가 손을 멈추는 순간이야말로 자동화 설비가 멈출 가능성이 있는 순간일 수 있다.
구매자가 확인할 기준은 설비 사양서에 적힌 최대 처리 속도만이 아니다. 상류 공정에서 나온 제품을 충분한 기간 동안 실제로 채취해 치수, 휨, 위치, 방향, 표면 상태의 분포를 보는 편이 더 중요하다. 여기서 핵심은 평균값이 아니다. 설비는 평균적인 제품이 아니라 편차가 큰 제품과 마주칠 때 안정성이 시험된다. 상류 공정의 실제 분포 끝단이 설비의 투입 허용 범위 안에 들어오는지, 또는 범위를 벗어나는 제품이 하루에 몇 번이나 나오는지를 알아야 한다.
범위를 벗어나는 사례가 있다면 선택지는 하나가 아니다. 상류 공정의 기준을 보완할 수도 있고, 투입 전에 정렬이나 세척, 방향 판별, 검사 단계를 둘 수도 있다. 반대로 예외 제품을 사람이 별도 처리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일 때도 있다. 다만 이 비용과 작업을 자동화 프로젝트 밖의 문제로 남겨 두면, 도입 후에는 설비 가동률 저하와 추가 인력 투입으로 돌아오기 쉽다.
자동화 설비가 제품을 얼마나 빨리 처리하는지 묻기 전에, 현재 공정이 그 설비에 얼마나 일관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설비 앞에 서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보정을 하고 있다면, 그 보정은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할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