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두 종류의 롤이 섞여 있다
포장재 수량을 놓고 가장 자주 생기는 혼선은 인쇄 롤과 납품 롤을 같은 롤로 생각하면서 시작된다. 인쇄 롤은 넓은 원단에 디자인을 여러 면으로 배열해 인쇄한 뒤 감아 놓은 롤이다. 반면 납품 롤은 그 인쇄 원단을 실제 포장기가 물릴 폭으로 절단해 각각 다시 감은 롤이다. 같은 필름에서 나왔지만, 앞의 숫자는 인쇄 공정의 수량이고 뒤의 숫자는 포장 라인으로 들어가는 수량이다.
그래서 MOQ 표에 인쇄 롤 50롤이라고 적혀 있는데, 현장에는 납품 롤 100롤이 들어오는 일이 생긴다. 입고 수량이 두 배가 되었다고 해서 공장이 수량을 늘려 부른 것은 아니다. 넓은 인쇄 롤 하나를 두 폭으로 슬리팅하면, 길이가 같은 납품 롤 두 개가 생긴다. 인쇄 롤 장수가 납품 롤 장수의 절반으로 보이는 것은 대개 이 분할 관계가 숫자에 남은 모습이다.

넓게 인쇄하고, 설비 폭으로 나눈다
인쇄기는 가능한 원단 폭 안에 같은 디자인을 여러 면으로 배치해 작업한다. 한 면마다 제품 하나가 놓이는 것이 아니라, 이후 포장기로 공급될 필름 폭 하나가 놓인다고 보는 편이 가깝다. 인쇄가 끝난 넓은 웹은 가장자리 여백과 절단 위치를 기준으로 갈라지고, 각 조각은 포장기의 필름 공급부에 맞는 폭으로 다시 감긴다.
이때 몇 조각으로 나뉘는지는 단순히 인쇄기의 폭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포장기에서 필름이 지나가는 경로, 성형되는 파우치의 폭, 세로 실링과 가로 실링에 필요한 여유, 인쇄 무늬가 반복되는 간격이 함께 들어간다. 두 면으로 인쇄한 원단은 두 롤이 될 수 있고, 세 면으로 배열한 원단은 세 롤이 될 수 있다. 납품 롤 수는 인쇄 이후에 덧붙은 포장 단위가 아니라, 처음 디자인 면수를 잡을 때부터 이미 예정된 결과다.
같은 길이도 손에 잡히는 수는 달라진다
롤 수만 보면 100롤과 200롤은 전혀 다른 물량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한 인쇄 롤을 둘로 나눈 경우라면, 필름의 총 면적이나 생산 가능한 포장 수량이 두 배가 된 것은 아니다. 넓이 방향의 한 롤이 두 개의 좁은 롤로 바뀌었을 뿐이다. 인쇄 공정에서는 100번 감은 작업이었고, 포장 현장에서는 200번 장착할 수 있는 형태로 보이는 셈이다.
이 차이는 현장에서 더 또렷해진다. 인쇄 공정은 넓은 원단을 기준으로 색상과 무늬의 위치를 관리하지만, 포장기는 잘린 롤 하나씩을 풀면서 장력과 인쇄 위치를 맞춘다. 따라서 납품 롤은 단순한 운반용 소분이 아니다. 포장기마다 필름을 걸고 운전해야 하는 폭, 방향, 길이를 가진 작업 단위다. 하나의 인쇄 롤이 여러 납품 롤로 갈라지는 순간, 인쇄의 생산성은 설비의 취급 방식으로 번역된다.
롤 수의 차이는 누가 맞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MOQ에 적힌 인쇄 롤 수와 창고에 쌓인 납품 롤 수가 맞지 않을 때, 둘 중 하나를 잘못 센 것으로 보기 쉽다. 그러나 두 숫자는 서로 경쟁하는 수량이 아니다. 하나는 인쇄와 가공이 시작된 원단의 단위이고, 다른 하나는 그 결과물이 포장기에 들어가기 위해 갖춘 단위다.
포장재의 롤 수는 그래서 재고를 세는 숫자이면서 동시에, 어떤 폭으로 인쇄했고 몇 갈래로 잘랐으며 어떤 설비가 필름을 받아 가는지를 압축한 숫자이기도 하다. 입고된 롤이 많아 보이는 장면 뒤에는, 포장 라인의 열수와 필름 경로가 이미 인쇄 공정 안에 들어가 있었던 구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