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배합표로 섞었는데 배치마다, 또 한 배치 안에서도 앞뒤 · 위아래에서 뜬 제품의 맛이나 함량이 다르게 나오는 일이 있다. 처음에는 계량이 틀렸거나 넣는 순서가 달랐다고 의심하기 쉽다.
그런 원인도 있다. 하지만 계량이 맞아도 크기와 무게가 다른 가루는 움직이는 동안 서로 다른 길로 간다. 가벼운 가루는 떠오르고, 큰 과립과 무거운 입자는 빈틈을 따라 아래로 파고든다. 잘 섞였던 가루가 비우는 동안 다시 갈라지기도 한다.
오래 돌린다고 계속 고르게 되지는 않는다
섞는 시간을 늘리면 처음에는 덩어리가 풀리고 성분이 퍼진다. 그러나 어느 지점이 지나면 같은 움직임이 오히려 입자를 다시 갈라 놓을 수 있다. 크기와 무게 차이가 큰 원료일수록 그렇다. 균일도는 시간보다, 가루가 통 안에서 어떤 방향으로 뒤집히고 엇갈리느냐에 달려 있다.
리본형은 나선 날개가 가루를 밀고 당겨 큰 배치를 빨리 섞는다. 300 L 기준으로 통의 70~80%를 채워 한 번에 3~5분이다(SHIFT 설비 자료). 대신 날개와 축 둘레에 가루가 남아, 비우고 씻는 데 손이 간다.

통이 움직이는 방식이 층 나뉨과 세척을 바꾼다
V형은 통이 돌면서 가루를 나누고 합치기를 되풀이한다. 날개가 가루를 직접 밀지 않아 과립을 덜 깨고, 통 안이 단순해 씻기 쉽다. 대신 통의 40~50%만 채우고 10~15분쯤 돌린다(SHIFT 설비 자료). 많이 빨리 섞는 일과, 원료 모양을 지키며 씻기 쉬운 일은 같은 선택이 아니다.
무게와 크기 차이가 특히 큰 원료라면 통이 여러 방향으로 구르는 3D 회전형이 맞을 수 있다. 가루가 한 방향으로 미끄러지지 않고 계속 방향을 바꿔, 무거운 쪽이 가라앉는 층 나뉨이 줄어든다. 원료를 담은 통을 통째로 돌려 섞는 방식은 섞은 통 그대로 다음 공정으로 옮기므로, 옮겨 담으며 생기는 날림과 남김이 없다.
세척도 섞은 뒤에 따로 붙는 문제가 아니다. 날개, 축, 이음부처럼 가루가 머물 자리가 많으면 습기를 먹는 원료가 얇게 붙거나, 적게 넣는 원료가 틈에 남는다. 다음 배치에 다른 맛이 섞이는 일도 여기서 시작된다. 그렇다고 속이 단순한 통이 모든 원료를 고르게 섞어 주는 것도 아니다.
내 원료로 먼저 섞어 보고 고른다
그래서 방식은 설명서보다 내 원료로 고르는 편이 확실하다. 원료를 보내 방식별로 시험 혼합을 하고, 같은 조건으로 섞은 뒤 통 안 여러 자리에서 시료를 떠 함량을 잰다. 섞는 시간, 비우는 데 걸린 시간, 씻은 뒤 남은 자국까지 함께 적어 두면 방식끼리 나란히 비교할 수 있다. 섞이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면 눈으로도 확인된다.
여러 자리에서 떠서 재는 방법은 의약품 쪽에서 먼저 정리됐다. 미국 FDA가 2003년 낸 지침 초안은 혼합기 안 열 곳 이상에서 시료를 떠 상대표준편차 5% 미만, 낱개 값은 모두 평균의 ±10% 안을 기준의 예로 들었다. 이 초안은 2013년 거둬들였고 지금은 시료 전체를 통계로 보는 쪽이지만, 한 곳이 아니라 여러 자리를 본다는 원칙은 식품 · 건강기능식품 공장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다.
배합표가 같은데 결과가 다르다면, 먼저 가루가 통 안에서 어떻게 만나고 다시 갈라지는지를 보는 것이 출발점이다. 섞는 방식을 고르는 일은 그 움직임을 내 원료에 맞추는 일이다.
출처
SHIFT 설비 자료 — 리본형 · V형 · 3D 회전형 혼합기 채움 · 혼합 시간 범위, 원료에 따라 달라짐
U.S. FDA, 지침 초안 「Powder Blends and Finished Dosage Units — Stratified In-Process Dosage Unit Sampling and Assessment」(2003년 10월 · 관보 2003년 11월 7일)
U.S. FDA, 지침 초안 거둬들임 공고(관보 2013년 8월 7일)